한국오픈 '12년 恨' 푼 유소연…5개국 '내셔널 타이틀' 획득

입력 2020-06-21 15:56   수정 2020-06-24 10:59


유소연(30)이 12년간 꿈꿔온 ‘내셔널 타이틀 퍼즐’을 완성했다.

21일 막을 내린 국내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에서다. 유소연은 이날 인천 베어즈베스트청라GC(파72·6929야드)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적어 낸 유소연은 2위 김효주(25)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18년 6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마이어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약 2년 만의 대회 우승이다. 한국 대회로는 2015년 8월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 이후 약 5년 만이다. LPGA투어에서 6승을 수확한 그의 KLPGA투어 통산 우승은 10승으로 늘었다. 우승상금은 2억5000만원.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 그는 우승상금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유소연은 “3라운드가 끝난 뒤 상금을 기부해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좋은 일이라고 하니 어머니께서 흔쾌히 ‘오케이(OK)’를 외치셨다”며 “좋은 일을 한다는 목표를 가지니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땀 흘리는 이들에게 상금이 전해지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여자오픈 연장 패배 추억 속으로”

전 세계랭킹 1위 유소연(30)의 별명은 ‘내셔널 타이틀 사냥꾼’이다. 중국(2009년), 미국(2011년), 캐나다(2014년), 일본(2018년) 4개국 내셔널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내셔널 타이틀은 코스 세팅과 룰 적용이 까다롭기 때문에 우승은 샷 기술과 멘탈 모두 최정상급임을 상징한다.

한국여자오픈은 그가 주요 내셔널 타이틀 대회 중 유일하게 우승하지 못한 대회다. 2008년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폭우 속에서 치러진 연장 3차전에서 신지애(32)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유소연의 측근은 “(유)소연이가 한국여자오픈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했다.

유소연은 우승을 위해 특훈 캠프를 차릴 정도로 이 대회 우승컵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대회를 앞두고 베어즈베스트청라GC처럼 페어웨이에 양잔디(켄터키 블루)가 깔린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CC에서 훈련했다. 훈련 효과 덕분인지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유소연은 “연장전에 갔던 2008년 대회는 내 커리어를 통틀어서도 가장 아쉬웠던 대회”라며 “오늘 우승으로 이제는 웃으면서 떠올리는 옛 기억이 됐다”고 했다.

18번홀 환상적인 벙커샷으로 위기 탈출

유소연은 아슬아슬한 1타 차 선두로 출발했다. 3타 차 3위로 출발한 김효주가 곧장 따라왔다. 김효주는 5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챘다. 유소연이 6번홀(파5)에서 버디로 달아나자 김효주 역시 버디로 유소연을 압박했다. 유소연이 9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 냈을 땐 김효주에게 1타 차로 쫓겼다.

이후 파 행진이 이어졌다. 강해진 바람, 질긴 러프에서도 유소연과 김효주는 매 홀 파를 지켰다. 마지막 18번홀(파4)까지 1타 차 승부 균형이 이어졌다. 유소연과 김효주는 두 번째 샷을 모두 벙커에 빠뜨렸다. 먼저 샷을 한 김효주가 홀 약 1.5m 거리에 공을 붙였다. 하지만 유소연은 끊어치는 ‘컨트롤 벙커샷’으로 김효주보다 가까운 홀 바로 옆에 공을 세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소연은 “마음을 내려놓고 평소 플레이 스타일을 고수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높은 변별력 자랑한 한국여자오픈

34년 전통의 한국여자오픈은 높은 변별력을 뽐냈다. 7000야드에 가까운 전장과 긴 ‘톨페스큐’로 무장한 러프 등은 정교함을 구사하는 선수에겐 선물을, 미스 샷에는 확실한 페널티를 줬다. 베어즈베스트청라GC는 설계자인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의 주문에 따라 러프에 톨페스큐 잔디(80%)와 켄터키 잔디(20%)를 섞어 변별력을 높였다.

청라GC 관계자는 “페스큐와 켄터키를 혼용한 러프에선 뜨는 샷, 감기는 샷을 모두 컨트롤할 수 있어야 타수를 잃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톱10’에 든 선수들은 모두 국내외 투어에서 1승씩을 거둔 챔프들이었다. 대회를 주관한 대한골프협회 관계자는 “전장이 길어 우드와 롱아이언을 포함한 14개 클럽을 모두 확실하게 사용하는 선수에게 유리했다”며 “잘 친 샷은 확실히 보상받지만 그렇지 않은 샷은 ‘리커버리’ 능력을 테스트했다. 3, 4라운드에는 까다로운 위치에 핀을 세팅해 쉽게 타수를 줄이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2주 연속 우승 경쟁을 펼친 김효주는 1타 차 준우승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는 다음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개막하는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20에서 다시 시즌 2승에 도전한다.

이날 1타 차 2위로 출발한 오지현(24)은 퍼트 난조로 3타를 잃고 김세영(27)과 함께 8언더파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2타를 줄여 9언더파를 적어 낸 최혜진(21)이 3위를 기록했다.

인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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